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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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의 기울기를 아는 이는
통증의 지수에 무감각하다
눈물을 말릴 수 있는 처방전은 스스로 조약돌 속에 숨어들어
밤하늘의 천공을 엿듣는 것임을 알았다
별의 해안을 적시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괄호 안에 가두고
밤새도록 들을 수 있는 불면증은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축복,
나는 사막의 밤하늘처럼 더 깊어져야 했다
벽에 낸 창문의 혼잣말을 알아듣기 위해서 눈꺼풀을 침묵으로 내리고
안으로 한참을 더 자라야 했다
태양이 머리 감던 내 몸속의 고대 바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 바다에서
태초의 바람 냄새를 품은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나는 수없이 색채를 짓이기며
회오리바람의 허밍에 입힐 색깔을 고민했다
한번 사용했던 말을 또 쓰는 건 싫었지만
수수께끼 같은 눈물의 독백을 받아적으려면 태양을 파묻은 황무지가 되어야 했다
등뼈로 삼킨 일몰의 뜨거운 비명이 수직으로 섰다
뜨거운 용암 덩어리가 떠다니는 내 고대 바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언제 튕겨 나가 내 바닷물이 엎질러질지
나의 하루는 늘 안개의 시간이다.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사막의 밤하늘처럼 깊어져
인생에 부는 회오리 바람의 허밍에
아름다운 색칠을 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고
지금의 저를 어떤 색으로 입히고 있는지
잠시 생각하게 되네요
평안한 밤 되세요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나무시인님
다녀가신 발자국 남겨 주셨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위한
좋은 아침 힘차게 열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힐링링님의 댓글

나의 시간은 늘 안개의 시간이었다.
이 마지막 파격적인 선언를 통해서
내 고대 바다를 달려가서 마주 하는
이 불면의 밤을 통해서 고뇌 하는 시간의 연대를
추적해가면서 찾아낸 단어는
안개였고 존재의 색채 곧 부조리한 실존주의 철학인
자아와 이 눈물까지 어루만지는 시간들은
엮어 놓아 한 편의 시이지만
이것은 까뮈적인 발상을 통해서 보고자 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봅니다.
눈물의 기울기
이것은 고뇌의 상징이자 존재론적인 변증이기에
이것을 파고들어 해부하고 이 집념은 무엇이었을까요.
존재의 깊은 곳을 건들이면 건들수록 아득해지는
존재 저편까지 달려가서 다시 돌아오는 지금의
세상의 부조리와 존재의 마찰을 다각도로
주도 면밀하게 색칠해 내는 순간을 마주 했습니다.
긴 밤과의 시간이 어떻게 전개되고
마지막 나의 하루은 안개의 시간인 것을
밝혀내어 눈물 기울기를 노래 하고 있음을 봅니다.
수고로움이 깊이 스며들어 가슴에 물들어 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힐링시인님,
시인님께서 저의 졸시를 이토록 좋은 글로 색깔을 입혀
저의 시세계를 시평으로 전개해 주시니
저도 몰랐던 저의 시세계를 새롭게 들여다 보는 아이러니가 있네요 ㅎ ㅎ
변변치 않은 시를 너무 띄어 주시는 것 같아 이 시를 보시는 문우님들께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 할애하여 장문의 시평을 주신 힐링 시인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등뼈로 삼킨 일몰의 뜨거운 비명이 수직으로 섰다]
이렇게 좋은 시를 써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심 박수를 드립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때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써 놓고 보면 무슨 소릴 하는지 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공연히 이미지만 학살하다가 끝내버리지요.
부족한 글에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오후 시간 보내십시오. 이장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