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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부터 멀리(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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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8회 작성일 25-05-04 21:49

본문

 

  기억으로부터 멀리*

          -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둘은 44년을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우린 무난하게 부부의 삶을 함께했어,

  창밖에 쌓인 눈더미를 쳐다보며 늙은 남편이 말했다.

  그건 당신의 기억이고요,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아내가 대답했다.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 여배우 줄리 크리스티.

  오래전 우랄산맥의 수선화와 자작나무 사이를 걸어가던

  슬프고도 행복한 라라를 연기했던 그녀.

  지금은 아메리카의 눈 덮인 침엽수 숲을 지나

  어둠에 잠긴 알츠하이머의 동굴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노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옛날 사랑을 잃어버린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은

  사랑의 기억이 오롯이 담긴 책,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를 

  매일같이 잠들 무렵 읽어주던 남편을 저만치 두고

  기억으로부터 멀리, 그리고 조금씩 사라져간다.


  영원의 빙하 속 공기 한 방울,

  그, 외톨진 공기가 머금은 천 년의 기억.

  하여 생의 시간은 기억에 얹혀 살아가는 것.


  스러져가는 기억과 함께 달아나버린, 

  지난날 샛물처럼 내리붓던 사랑의 감정.

  때론 감정은 불필요한 지나침을 우리들 생활 속으로 데려오곤 했지만

  그, 지나침마저 그리운 황혼의 슬하에서,


  창밖 자작나무엔 어제처럼 눈이 내리시고

  기억은 처벅처벅 눈길 걸어와 현관문 두드리시고.


  잠깐 아주 잠깐 왔다가 가버리는

  너의 옛 기억 속으로도

  사랑이 눈과 함께 내리시어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나의 말간 기억이 너의 흐린 기억에 닿아

  너의 맑디맑은 눈동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옛사람이 눈사람과 함께 사르르 녹을 때까지,


  라라와 함께 걸었던 수선화와 자작나무 울창한

  그 옛날의 들길을 걷는다.


  사랑아.


  흐려져가는 기억 위에 희디흰, 자작나무처럼 서 있는

  나의 사랑아.


  너를, 끄집어내련다,

  저기 슬프게 눈감으려는 너의 기억으로부터.




     * 영화 'AWAY FROM HER,(2006년).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멀어져 가는 기억,
너무나 안타깝게도 사랑을 가로막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
사랑을 다시 꺼내고 싶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시로 풀어낸 시
마음 아리도록 잘 감상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억 속에 담겨 있는,
삶, 사랑, 온갖 감정......
그걸 잃어가는 아내와
그걸 지켜보는 남편.
차마 남 일처럼 볼 수 없었습니다.
공감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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