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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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부
기성품처럼 찍어내는 주례사의 말
검은 머리 파뿌리 돼도 서로 아끼며 사랑하시겠습니까?
나는 하객 앞에서 힘차게 외쳤다
네.
예식장 근처 백화점 지나 어수선한 법원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결혼 47년 만에 아내는 두 살 배기가 되었다
씻기고 먹이고 잠재우는 일은 나의 사명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앓는 내 다리의 통증처럼
아내의 정신 속에는 내가 없다
나는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을 믿는다
오늘 아침 아내의 입속에서
내가 새의 혓바닥처럼 기어 나오듯
글을 쓰는 지금도
아내는 배 고프다고 칭얼댄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찡, 합니다
어떤 부부 겠죠?
어떤...,
느지막이님의 댓글

결혼 47년 만에 아내는 두살 배기가 되었다
상황정리 끝났고요
새의 혓바닥이 기어나오듯
간절히
하느님을 믿고 싶을 때가 있지요
좋은 시 잘 보고 갑니다
콩트님의 댓글

어떤 노부부의 이야기인데
징소리처럼 제 마음의 깃을 파고드네요.
고나plm 시인님, 느지막이 시인님,
마음 놓아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