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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死句에 이르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9회 작성일 24-06-18 07:16

본문

사구死句에  이르면 

 

 

저기요! 

깊이가 없는 

내게도 살빛 고운 혈 자리가 필요해요

온몸을 휘돌아

진저리 처지는 누낭을 떼어 낸

뒤틀리는 산짐승의 눈빛을 꺼트리고

헛것처럼 너를 돌려보내면

사구에 다다른

허기진 배를 쥐어 짤

마지막 달아날 힘이 생길법도 한데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기억은 재빨리 앞으로 달아나고

나의 발자국을 흔들고 지워

부식하는 숨결을 더 앞쪽으로 밀고 가는

헤어진다는 말은 의미가 없어요

개기월식 속 빛을 잃어도

사라진 길고양이는 어느 담벼락 밑에서

당신을 기다려요

 

끝내 유령처럼 떠돌다 사구에 다다르면

거기서부터 다시 오세요.

허물 벗은 말이 서 있을지 모르지만

 

힘에 부치는 입속으로

자꾸 넘어 오는 사구死句처럼.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빛 고운 혈 자리가 거울처럼 반짝거립니다.
그 속에서 넋두리하는 저의 拙文들이
투명한 겨울바다를 유영하는 빙어의 지느러미를 꿈꾸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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