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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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슬픔
술이 술을 마시듯
슬픔이 슬픔을 들이켜고
삼동을 건너 집으로 가는 길
수북하게 쌓인 가난을 한 되박 마시고
사지가 비틀거리는 골목길
풀린 언 강물처럼 어둠이 쏟아지는데
저멀리 낯선 아이 하나
가로등 불빛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는 난전을 기웃거리는 날파리
카바이드 불빛이 이리저리 조바심을 내는데
사철 집마당 바지랑대에 앉아 있던 고추잠자리처럼
꾸덕꾸덕 말라가던 가오리처럼
내 등 뒤에서 목덜미를 붙잡고 마름모로 춤추던
까치밥으로 남아있는 그리움 하나
어둠을 갈아 마시며 고개 숙인 목뼈의 등고선이 가파르다
내 망막 속으로 난폭하게 달려오는 전조등 불빛들
노도처럼 부서지는 야로를 마시며
어둠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삼동을 건너 집으로 가는 길
이 모든 것을 등뼈처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슬픔이 슬픔을 들이켜던 그날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댓글목록
화투연님의 댓글

슬픈 가난뱅이 삼동 건너 이제 집으로 돌아가련니다
안식처가 있는 시 속으로~
잘 읽고 다녀갑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토요일 밤,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