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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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기슭을 적시듯 찾아온 안개가
끊임없이 제 모습을 지운다
절망의 끝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안개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을 잠깐 떴다가 다시 잠든 새벽녘 이번에도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꿈을 꾸었다
안개 낀 밤의 화폭 안으로 걸어 들어 온 사람은 없는데
화폭에 수천 개의 눈과 귀가 가득했다
죽은 나무에 물이 닿는 소리는
새들이 흘러가는 구름 위에 발자국을 찍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천사의 날개 옷이 흘러내리는 소리 같은 몽환적 선율로
꿈의 모서리가 젖었다
몸 밖으로 새어나간 적 없는 유계의 음률이 화폭 속의 눈과 귀에 닿는다
범속을 벗어나려고 하얗게 긴장한 안개가
번민하는 뼈와 살의 틈새를 읽는다
꽃이 당도해야 할 곳이 열매이듯 하나의 목숨이 생의 열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황의 무늬를 입어야 했는지...
죽은 나무가 물 먹는 소리, 쇼팽의 즉흥환상곡이다
슈베르트의 송어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앞부분이 혼돈 전개의 안개라면
이 안게 속을 지나 도달할 곳은 죽은 나무인데
이 나무가 부활의 나무라는 발견하는 순간
찬양의 아름다운 음악인 소팽의 즉흥 환상곡이고
슈베르트의 송어라는 활기찬 비유법이
다시금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조각하듯이 시를 파내어 찍어낸 자국이 눈부심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선돌님의 댓글

꿈 속의 꿈..
일찌기 Roland de Reneville 가 말했던 것처럼..
자기의 목적에 관계 없는 모든 필요성으로 부터
해방된 '시적체험' 은 꿈 속의 꿈을 통해
인간의식을 하늘의 척도에 까지
확대하려 애쓴 노력을 엿봅니다
저의 천박한 詩線으로
더듬거리며
머물다 갑니다
많은 생각에 머물며
시간을 엮어가는 삶을 생각케 하는 시..
귀한 시, 고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시인님, 안희선 시인님
제 글보다 더 깊게 분석하신 글을 주셔서 감사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마치 저의 시 세계를 수술대 위에서 해부하신 듯 과분한 글을 주셨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힐링시인님과 안시인님 뒤를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산님의 댓글

있는듯 없고 없는듯 있는 안개가 꿈과 바숫허다는 생각을 하며 수퍼스톰 시인님의
깊은 시 열심히 읽었습니다. 실은 저도 요즘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꿈을 꾸곤합니다만
어찌보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보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몽환적 이미지라는 점에서 안개와 꿈은 일맥 상통하는 뜻을 품고 있겠다는 생각에 머물며
제가 요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자주 듣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음율을 수퍼스톰 시인님의
시에 가상의 배경음악으로 넣어봅니다. 오랜만에 시인님의 시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안산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요즘 꿈인지 현실인지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몸은 무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틈을 주무르는 안개 속에서 누군가에게 제 꿈이 밟힌 것 같기도 하고...
부족한 글에 시인님의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안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