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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를 쓰던 바람의 꼬리가 짧아졌다
저녁 햇살을 꾹꾹 누르던 새들이 제 발자국을 털고 날아가
수도자가 늘 찾던 물음표의 음색을
어둠의 좌표 안에 나열하고 있는 중이다
오랜 기간 비바람에 담금질하며
어둠을 가둔 양파의 시간을 벗긴 여인이 양파 속에서 걸어 나온다
그녀에게는 매듭이 없다
몸에서 뽑아낸 실로 상처 입은 남의 가슴을 꿰맬 때
나는 어제의 내 어머니를 읽었다
그녀의 몸속에는 남들이 내버린 밤과 지상의 상처 난 언어와
별들이 불을 붙이다 멈춘 문장들로 가득 찼다
그녀의 입술위에 내려앉은 초승달,
조금씩 윤곽이 허물어지는 나에게
그녀는 달빛을 덜어 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지 않는 별꽃을 눈동자에 그려주고 싶었던 그녀
여전히 아름다워야 하는 그녀가 내 안에서 번지고 있다
판화 같은 밤의 페이지 안에서 묵묵히 그녀의 목소리를 삼켰다
그녀는 밤하늘 마당을 쓸고 있었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어머니 대한 시간으로 들어가 함께 하는
이 숭고한 시간들!
누구나 함께 하면서도 다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에 젖어 사는데
시인님이 만인들의 심장의 애탐을 이렇게 절절하게 풀어주니
심금이란 이때 쓰는 단어라는 것을 다시금 자각하게 합니다.
오랫동안 어루만진 퇴고의 고고함이 배어나
곁에 두고 곱씹어가면서 한 자 한 자
심장 깊은 곳에 새겨두고 암송하고자 합니다.
멀리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시마을의 보석 중에 보석이니까요.
수퍼스톰 시인님!
선돌님의 댓글

그 동반자가 결국은 또 다른 나였음을
깨닫습니다
시인에게 있어
시가 최후의 동반자인 것처럼
온 세상이 나를 버려도
끝까지 내 곁에
머무는 존재처럼..
귀한 시, 마음에 담고 갑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안희선 시인님
부족한 글에 시인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힘을 얻습니다.
별도로 댓글 못드려 죄송합니다.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정민기09님의 댓글

"밤하늘 마당을 쓸"자
별똥별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