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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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집/ 김재숙
아무도 모를거야
그 날의 몸부림이 어떤 흔적을 새겼는지
찢진 벽지 사이로 촘촘한 밤이 떨어지고
풍경 자국 가닥마다 풀섶을 흔드는 아픔
비어서 빈 그리하여 비어야만 공간을 차지하는 빈 집
홀가분하여 이제 더는 꿈꾸지 않는 온전한
바스락 거리는 사랑을 빈 껍질로 버리기 좋은 상실의 날 것으로
창호지 얇은 살에 퍼렇게 핏줄 선 햇살이
마당에서 너에게로 올라붙어도
텅 빈 방안에서 슬픔을 찾아내는 일은 없겠지
책장을 넘기다 말고 신발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거야
꿈이 달리던 그곳을 버렸으니까
다시 또 햇살이 마당 한 가운데 들어차면
댓돌은 숨겨 논 그림자 한 짝을 올려놓고
빼곡이 열린 대문 사이로 손잡이 없는 그림자를 내 보낼거야
한때는 서로가 입에 넣어 주던 웃음소리를
앙 다문 입술로 씹어보는 그리움의 모래알을 질정거리며
눈은 참 슬플 것 같아
이 빈 집에 기억을 다시 태우는 일 없을 즈음
가는 건 오지 않겠다는 약속이니까
침묵이 착지를 기다리는 무모함이 또 길을 나설까?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참 좋은 시 한 편 보고 갑니다
김재숙님의 댓글

들러봐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시고 늘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