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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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결한 불꽃처럼
누군가를 뜨겁게 포옹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다
구겨진 하늘,
구겨진 내면의 바다는 내가 품고 있는 적막한 내 고유의 도구,
불꽃 경계선 밖의 나는 내가 아니기에 스스로 나를 지웠다
달의 뒷면 같은
사랑의 둘레를 핥은 불꽃의 신성한 일렁임으로 가슴이 늘 뜨거웠다
나의 가슴은 구겨지더라도
몸을 둥글게 말아 상처 난 이름을 감싸 안을 수 있다면
사랑의 속편이나 후편 따위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무덤 속의 부장품에 불과하다
가슴에 울음을 담았던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더욱 구겨져야 했다
아픔이 경전처럼 새겨진 내 몸이 닫히면
세상에 풀어놓은 시간도 자물쇠를 걸었다
번개의 무늬를 흡수한 아픔도 나의 것, 화신을 만지면 하늘을 향해 비늘이 돋았다
내가 감쌌던 수많은 목소리, 나를 건너간 이름들이 한 줄로 서서
신이 다녀간 발자국을 찾는다
압축된 생이 뜨거운 문신으로 요약되는 저녁이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한국인에게 있어 은박지라는 정서는
화가 이중섭의 그림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난한 날에 그 위에 그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상이
반영되곤 합니다.
나의 가슴 구겨지더라도 이 표현처럼
존재론적인 희생적인 한국인 자화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이는 이로하여금 감성을 툭 건들리는
이 힘이란 무엇일까요.그만큼 오랜 세월 다듬어 온 자신만의
세공법을 통해서 사물을 확장해 가는 힘일 것입니다.
신이 다녀간 발자국이란 곧 인간과 함께 하는 시간을 압축적으로
끌려 당겨 은박지의 사물화를 통해서 존재적인 세계가 확대시켜
읽는 이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젖게 합니다.
언제나 정교함을 통해서 이중섭의 필법처럼
가슴 한 쪽을 아리게 합니다.
멀리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저의 부족한 글에
꿈보다 해몽이 빛나는 글을 주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서민의 구겨진 삶과 은박지의 구겨지는 특성이
저의 글과 운 좋게 맞아 떨어졌는데
이에 대해 너무 과분한 시평을 주시네요,
글에 몰입하다 보니 정신 나간, 횡설수설한 글을 널어 놓은 거 같습니다.
훈훈한 마음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십시오.
최현덕님의 댓글

은박지의 구겨진 내면은
또 다른 이면을 구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좋은 글,
압축된 삶이 큰 포물선을 긋는 그날이 되시길 빌께요.
수퍼시인님, 복운가득하소서!
수퍼스톰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최시인님
여러가지로 부족한 글인데
따뜻한 마음을 얹어 힘을 실어 주시는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시인님께도 문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