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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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핀 연꽃
정석촌
헝클어진 속 달래려
연꽃 찾아 이르른 산 숲 적막에 길들어
뿌리내린 바윗돌 막아선 산굽이 질러 구름을 안 듯
구부정히 바라는 겨운 솔 아래
고즈넉이 반기는 일주문 거슬러 보자마자 부라리는
나한 눈길 비켜 뭇 것 시름 재운 달빛 홀로 거니는 한결의 뜰
가벼워도 버거운 삶의 궤적 벗어나려, 비워도
고이는 가슴에 탐貪 마저 비우려 울력과 끝 모를 비워내기에 생을 건
죽비로 이르는 띄지 않는 길 닦느라 상념을 사루는 불꽃같은
비움의 날 끝 마음 베는 날 세워
돌아보는 미련의 매듭 잘라 무딘 수행 길 모서리 깎인 허무마저 털어
맑힌 순응의 빈 그릇 제자리 듯 적멸에 닿아
맺힌 굴레 벗어나 이슬같이 적시는
헤매 찾은 연꽃은 먹음은 고요 건네는 풀꽃이 아니라, 엉긴
사바에 의문 헤쳐 측은해야 뵈는 길 이르느라, 이룬
마음에 탑 돌면서 스치는 어둠의 기척도 스미는
미망의 솔깃도 엉긴 바람 끝도 비켜가는 제 몸 태워
보시 그치잖는 햇살 품은 여명 앞에 손 모아
수긍하는 산부처였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어느 시인이
산에 간다고 누구나 다 부처를 만나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시인님은 만나셨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그 뜻을 기려 사바를 초록에 담아보려는 오월
한마음 되어주셔 고맙습니다
tang님의 댓글

자연의 존엄을 내세로 해결하려는 의지의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내세가 존재하는 신전의 터울로의 길을 열지 않고 묵상의 거멈에 영력을 들이려 했습니다
영력의 한도를 정하지 않은 창대 끄트러미에 서서 생의 부활을 응시했습니다
죽음 그리고 환생, 영속성으로의 길에 놓여 하나의 단서가 되었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여전하십니다, 남기신 흔적이
풍성하게 차린 신록의 푸른 옷자락 같아요 ㅎㅎ
tang님의 댓글의 댓글

존엄과 함께 하는 행복, 그리움입니다
창대한 열림에 바람결 소리를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