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 같은 꿈, 찰나에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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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10회 작성일 18-04-05 10:39본문
허깨비 같은 꿈, 찰나에 봄
어느 날
봄이 속닥속닥 눈을 뜨는가 싶었다
세상과 어떤 인연인지,
누구를 찾아 왔는지
<그러다가 춘곤증에 빠져 개꿈에 젖는데>
성급한 마음에
대형 크레인으로 봄을 들어 올리니
사방에 깨지며 흠집이 났다
그 속에 벌써 꽃잎이 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봄을 번쩍 안아 올렸더니
푸른 싹들이 파도처럼 밀려 왔다
주체할 수 없는 싱그러움!
봄의 약동을 알리는 전령사였다
아지랑이 타고 허밍처럼 속삭이며
꽃구름에 실려 시샘하듯 다가오는데
때로는 암울한 황사 먼지가
통관도 안 받고 설쳐대는 무모한 세상
그럴 때면 구급차처럼 다가온 봄비
토사 하듯 온종일 대지를 적시는데
숨소리도 가쁘게 터져 나는 싹들
윙크라도 하듯 얄밉게 혀를 내밀고
지난겨울 황무지에 고사리들
알몸인데 저토록 신이 났을까
벌거벗은 차림으로 신나는 카니발
허리가 너무 가늘어 일찍 꺾인 일생들!
봄은 야바위 속임수처럼 변화를
요부의 치마 끝을 들치듯 설렘으로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는 바람둥이
굼뜸, 인간의 부푼 꿈은 속 빈 강정
허깨비는 서랍 속에 늦잠을 즐기는데
어렵사리 계획하던 그 많은 꿈도
눈을 뜨니 벌써 노란 개나리 세상,
봄도 이미 건너갔고
강물은 저만큼 흘러가고
꿈도 무너지는 바쁜 현실 앞에
화려한 벚꽃은 길 위에 져서 이별을 고하는.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온 종일 찾아헤맨 봄 처녀들
이 고샅에 올망졸망
트고 피고 지고 터뜨려 농익은 토마토가 되어버렸네
두무지시인님 얼마나 짓궂으셨으면 벚꽃이 저리 울며 떠날까요
석촌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면 무언지 모를 꿈이 일렁이는데,
모든 것들이 찰나에 떠났습니다
이룬 것도 없이 쓸쓸한 자신을 돌아 봅니다
머물러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봄은 잠시인 같아요
대신 여름이 길어지겠지요
봄은 살짝 맛만 보이고 떠나는가 봅니다
아쉽지만 보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봄의 시향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 빠릅니다
제주에 봄은 온갖 몸살을 앓듯 변화무쌍 하지만
도회지의 봄은 어느날 미친개 지나듯 합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