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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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아주 오래되어 그 풍경 같았고 풍경 안 걸어 들어와 극히 짧은 새소리를 냈고
그 애는 머리칼 풍성해지고 이미 펼쳐진 쥘 부채의 수다로 한껏 부풀려 있지만 방앗간 창틀 쌓인 흰 쌀겨처럼
쓸쓸해 보였다 풍경이나 새소리는 그 애가 잠깐 내민 음영이었고 그 애는 어둠을 말했고 가만가만 그 애는 더
어두워져서 이 풍경으로 낡아가서 새소리로도 그늘이 되고 내 안 주머니 속 언어로는 그늘을 모두 가리지 못해
그 애는 가끔은 날갯죽지를 활짝 펴 보이며 더 높이 나를 수 있을 거라고 활짝 웃었지만 그곳 찔레꽃의 계절은
내게 작은 가시처럼 스며서 또 다른 풍경으로 판각되고 있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그 판각은 아마도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표현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오목한 곡선
그 옛날 주머니 속 만지작거리던 조약돌 같은
제 유년의 촉감,
잘 감상했습니다.
이강로님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