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말을 배운다 > 창작시의 향기

귓가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샛바람의
목소리를 듣는다
휘파람소리 같은 소리
열과 성을 다 하는 바람의 몸짓
눈치채기 까지 나흘의 시간이 걸렸다
난 사람이라서 말을 공중에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싸는 건 알지만
그대의 온기를 내가 어떻게 어루만질 수 있나
앙상함이 부딫혀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없는데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달이 뜨는 당연함을
그대는 어렴풋이 느낄 뿐인데

술에 취한 그대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 같아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뜨끈히 아련한 슬픔이
눈 앞에서 보이는데
손을 내밀 수 없는 나의 한심함은 태백산같다

고리타분한 내 성격을 빼먹게 만드는 그대
인생의 덧셈만을 가르쳐준 그대
마음의 언어를 알게해준 그대
삶의 정석은 없다고 느끼게 해준 그대

그럼에도 그대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어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