接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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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이 엉긴 멥쌀가루처럼 내리던
내 유년의 그날처럼
백설기 같은 벚꽃이 배내옷 꺼내 입고
내 정수리로 휘날리는 퇴근길
그 길섶에서 공광규 시인을 만났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행성을 벚꽃처럼 떠나 간 아버지
시인의 행간처럼
난전 앞 모퉁이 빈 소주병 굴러가는 소리
비누거품처럼 온몸을 파르르 떨며
서럽게 흐느끼던 내 아버지
한 때의 기척이 적멸이 되던
시인도 벚꽃 열차를 타고 떠나버린
순례의 밤,
어둠의 벨벳이 깔린 천공을 향해 내 아버지가
봄꿈으로 수놓은 수의를 입고
에스테장의 분수처럼 자오선을 그리며
동그랗게
동그랗게
천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 귓불을 당기며
싸락눈이 물방울처럼 동글동글 휘날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두 시인님들께서 각자 아버지의 소주병을 들고 와서
멋진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꽁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