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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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 젊은 양 랩을 하고 발라드 댄스곡을 부르다
전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듣는다.
드넓고 먼 창원대로 아스팔트도로를 달리면서
아버지의 달구지에 석양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느릿하고 아스라한 자갈길에 사로잡혀
마치 스톡홀름증후군 환자처럼 기억은 늘 50년전이다.
흙먼지 날리며 휘감아오르던 겨울들녘의 회오리바람은 봄포도의 아지랭이로 피어오른다.
하늘을 안아보자며 한아름 팔을 펼쳐본다.
훤한 대로를 지나 짧은 봄밤보다 더 짧은 벚꽃이 지면
오래오래 걷던 논길의 울긋불긋 들꽃향이 코끝에 머문다.
기억에 이리도 생생히 살아있는데 느껴지는데
만지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고 어찌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으리
한여름 얼음같이 차가웠던 동네우물 물맛이 아직도 혀끝에 살아있는데..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어린 날들은
한낱 나그네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날들을 또 어떻게 기억할까?
덩치 큰 체육선생님의 아픈 매에 대한 기억조차
얼마나 달짝지근하고 매콤쌀싸름한 것이었던 건지.
세월은 가고 꽃은 피고 또 꽃은 져도
타임루프 영화에 갇힌 것처럼 내 마음은 언제나 그 나날들에 머물고
아! 고향에 산다는 건 이래서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양 천진스런 일인가보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형언하는 아름다움에 생명의 향연으로 답하였습니다
구식석선님의 댓글의 댓글

임팩트 있는 감상평에 감사드립니다.
그윽하고 평안한 저녁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