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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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달이었을 때
한줄기 빛이 심장을 관통하길
내가 응달이었을 때
승냥이 떼처럼 몰려온 먹구름들
충혈된 내 눈알을 뽑아내고
소나기는 등줄기를 파내고 심장에 고랑을 만들었다
내가 응달을 외면하고 발버둥 칠 때마다
생의 통장엔 마이너스 잔고가 주름살처럼 늘어났다
허기진 꼬시래기가 제 살을 뜯어먹듯
불 꺼진 아궁이에 쪼그려 희나리를 불태웠다
매캐한 연기가 온몸을 삼키고 아가미를 펄떡거린다
조여 오는 올가미의 열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움켜쥐자
꺼져가는 불씨들
소나기에 젖은 졸가리가 부지깽이처럼 응달을 뒤적거린다
운석처럼 쏟아지는 화염구들이 그늘의 복부를 가르자
볕처럼 쏟아지는 내장들
재가 되지 못한 어둠의 부스러기들이 숯가루처럼 날리었다
나는 부뚜막을 기어다니는 한 마리 노래기
어둠의 솜털로 웃자란 발가락들이 밤하늘을 갉아먹는다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처절한 자기반성과 후회의 기도인 것
같습니다
곧 일어날 반전이 예고된 것 같아
안심이 되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삼시세끼,
끼니를 때우듯 반성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허기가 벚꽃처럼 도돌도돌 잠시 부풀기라도 하면
반성으로 차린 밥상을 다시 되물리고 마는,
늘 부족한 사람의 부족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자신이 보이고
영적 눈과 귀가 열리게 될 수도 있겠지요.
마음이 응달일 때 영성을 흔드는 사탄의 유혹이 밤낮 가리지 않고 춤을 춥니다.
유혹에 들지 않도록 오늘도 내일도 주파수를 그분께 맞추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부활 축하드립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삼시세끼,
신은 죽었다.
저기 시퍼렇게 날 세운 마리아나 해구의 뻘밭에 폐선처럼 꽂혀버렸다고
냉담을 끼니처럼 하는 제가,
주님 부활의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푹 파인 저의 등골을 쓰다듬어 주시는 격려의 말씀,
기도처럼 받듭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