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接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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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3회 작성일 24-04-01 19:29

본문

接神




싸락눈이 엉긴 멥쌀가루처럼 내리던  

내 유년의 그날처럼

백설기 같은 벚꽃이 배내옷 꺼내 입고

내 정수리로 휘날리는 퇴근길

그 길섶에서 공광규 시인을 만났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행성을 벚꽃처럼 떠나 간 아버지

시인의 행간처럼

난전 앞 모퉁이 빈 소주병 굴러가는 소리

비누거품처럼 온몸을 파르르 떨며 

서럽게 흐느끼던 내 아버지 

한 때의 기척이 적멸이 되던 

시인도 벚꽃 열차를 타고 떠나버린 

순례의 밤,

어둠의 벨벳이 깔린 천공을 향해 내 아버지가 

봄꿈으로 수놓은 수의를 입고 

에스테장의 분수처럼 자오선을 그리며

동그랗게 

동그랗게

천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 귓불을 당기며 

싸락눈이 물방울처럼 동글동글 휘날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시인님들께서 각자 아버지의 소주병을 들고 와서
멋진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꽁트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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