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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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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7회 작성일 19-01-08 10:20

본문

게놈 프로젝트 / 백록

 

 

 

'게, 섰거라!'

 

이놈이든 저놈이든 그놈이 그놈이지만

이름조차 생김대로 가지가지다

궤짝 같은 딱지라는 건지

가 궤로 개가 게로

도대체 뭔 소린지

 

게놈을 요즘은 어색을 덧칠해 크랩이라고도 부르지만

그의 호칭은 한때 지놈이었다

허겁지겁 열 개의 발을 가진 발발이들

갈 之의 삐딱한 족속이랄까

 

중장비 같은 집게와 대포 같은 눈총

하지만 철저한 방어본능의 유전체

언제부턴가 세상은 이놈의 지도를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는데

마침, 어물전에서 체포한 냉큼의 궁금증이

그의 정체를 해부하고 있다

 

팔팔 끓는 물에 넣자마자 잠시 허우적거리더니

벌겋게 제 본색을 드러내는데

저를 닮은 가위와 아귀가 합세하여 철갑의 껍질을 벗기는 순간

그 속에선 뽀얀 물살이 살갑게 일렁인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내유외강

맛깔, 간장에 절이면

밥도둑이 되는

 

아! 그맛

 

문득, 목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뭉크의 DNA

물컹한 절규다

속세를 향한

 

'니들이 내 맛을 알아?'*




--------------------------------------------

* 어느 광고. '니들이 게맛을 알아?'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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