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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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혈
한숨 돌리는 시간
한 숨을 드라이버로 휙 돌려버리자
허기가 졌다
국밥집에 갔다
시끌벅적하다, 거창하게도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투쟁의 깃발이 나부낀다
한 가족이 빼곡히 시루처럼 둘러앉은 자리
병치레하는 아비의 그늘진 숨소리가 샤프심처럼
가늘게 새어 나왔다
주검을 해체하는 모의,
오직 단 돈 몇 푼에 짓밟힌 내 등골처럼
한 끼에 노예가 된 목숨들
어느새 숟가락과 젓가락이 상전이 되어
사람들의 목구멍을 조르며 호령하고 있었다
한 끼의 밥술을 목숨줄로 맹신했던 사람들
한 그릇의 밥이 수많은 날을 제 멋대로 먹고 씹어 삼킬 때
나는 허기에 중독된 좀비로 서서히 변해갔다
살아 있으나 죽어 있는 듯
천사들의 전쟁으로 신이 봉인된 제대 앞에 엎드려
네가 밥을 먹는다
배고픈 줄 모르는 혓바닥이 재재바르게 나불대고 있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저의 배꼽이 게걸스럽게 삼킨 수많은 날들, 한 끼만 굶어도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도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나 쌀쌀한 바람이 옷섶을 파고듭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졸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시제가 서늘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시
의미있게 감상합니다.
때로는 죽이기도 하는 흉기이지만,
바르게 쓰면 명약 중의 명약이 되어 살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것이기에 ...
고맙게 감상하고 갑니다,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늘, 많이 부족한 글
격려의 말씀 주셔서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토요일, 주말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