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김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대왕 김밥
별을 본다
극야의 아침을 건너 백야의 저녁으로
삼거리 모퉁이 휘돌면 폴라리스,
섬처럼 홀로 떠 있다
이달도 유행성 독감을 앓았는지
네댓 평 남짓한 가게엔 침몰하듯 위태로운 살림살이
굽어진 등골의 무게로 지탱하며 별빛을 기다리는 낯선 별 하나
출입문에 성에처럼 달라붙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생 짊어진 밤하늘이 그곳이었을까
길고양이가 돌풍에 휘말린 깡통처럼 모퉁이를 휙 지나간다
객귀처럼 우주를 떠도는 별 하나
오늘은 배곯지 말라고
무언의 살풀이가 녹물 밴 간판 위로 유성처럼 내려앉는다
파벽토가 흘러내린 4천 원짜리 왕별 메뉴를 거먼 비닐봉지에 담고
하악질의 밤거리로 나섰다
출렁이는 별빛이 바닥으로 쏟아질까 두려워 밤하늘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리고
내 등골을 파먹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부처 같은 마누라가 밝게 빛나는
우리 별로 간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삶의 깊은 곳을 하나하나 털어내어
별빛에 담아두고
이 별빛으로 살아가고하는 시간들과
세상의 흐름들은 언제나
곡진한 것을 다시 읽으며
시심의 올곧은 결을 다듬어 온
시인님의
내향의 향기를 마셔봅니다.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저의 졸 글 보다 시인님의 댓글이 더 짙은 향기로 다가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요, 가족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산님의 댓글

가스등이 연상되는 어두운 거리에 섬처럼 졸고 있는 업종 미상의 점포,
검은 봉지에 담긴 건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봉지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지 않을끼 싶습니다. 오래 전 늦은 귀갓길, 노점에서 산 붕어빵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제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좋은 시에 긴 시간 머물렀습니다.
콩트 시인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건안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콩트님의 댓글

시 마을 메뉴에서 어떤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읽고
댓글을 쓰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튕겨 여기 시방으로 날아왔습니다.
근데 봄소식 같은 시인님의 댓글이 따뜻하게 절 맞아주네요.
늘 부족한 딱지 앉은 저의 글에
아침햇살 한 줌 가만히 놓고 가신 시인님,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세요. ^^
수퍼스톰님의 댓글

누군가 불하받은 밤을 마는 손을 그려봅니다.
별빛으로 간을 맞춘 시인님의 시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