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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몸을 담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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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4회 작성일 24-01-08 10:44

본문

우물에 몸을 담그면 / 김 재 숙

길고양이 지나는 시간 밖은

환복을 마친 마음이

흘낏

눈먼 빗소리를 지나쳐 오는 곳

한권으로 묵인 시간 첩에서

솔베이지의* 노래는

수 만 번의 오도독거림을 남기는

그늘 안으로 파리한 발자국이 적셔오는 소리에

어느 날

홀로 깊어진 우물이

구석구석 엉킨

저릿한 이끼 번지는

새나가는 절름발로

환복마저 허물고

수간초옥

맥없이 나부끼는

축축한 눈물처럼 담군 너.

* 에드바르 그리그의 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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