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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온 소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41회 작성일 25-04-04 22:03

본문

  주워 온 소파 





  이른 저녁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오다가

  골목 어귀 어느 철대문 앞에 버려져 있던

  누렇게 바랜 일인용 소파를 주워 왔다.

  아내는 부끄러워 기겁을 하며 그냥 가자 하였으나

  나는, 뭐 어때서, 하곤 차에 실어서는 가져 왔다.


  여보, 요놈의 토실하면서도 푹신한 느낌이 괜찮아.

  나는 지그시 앉아 티브이를 보고 말씀을 읽으며

  누긋한 하루를 보내었다.

  소파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이전 주인의 내음이 아닐 테고

  그러니 같은 엉덩이는 더욱 아닐 것이고

  같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남의 똥 내음 스민 소파에다가

  나의 똥 냄새를 느닷없이 섞은 것이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다만,

  참으로 평화로워라 세월이여.

  가난한 시처럼 흐르는 고색창연한 저녁이여.


  역사가 생겨난 이래

  끝내 거름 되던 똥이 부끄러운 시대가 있었던가.

  아님 반성 없는 삶이 부끄러운 것인가.

  사소한 우리네 산천 어느 곳에선들

  가족의 똥 냄새 묻은 팬티들이

  서로의 살 내음을 섞어가며

  빨래 다라이 안을 유영하고 있지 않았던가.


  나와 남의 똥 내음 은은하게 섞인

  우연히 주워 온 소파에 앉아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는 시를 쓰다 간

  윤동주를 읽는 저녁,

  한 점 똥이

  시나브로 거름이 되고

  고즈넉이 사색(思索)이 되고

  어느덧 별빛 드리운 거룩한 자운영이 되고.


  아무런 물욕 없이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이 저녁,

  그래서 시의 행간을 어떤 사욕도 없이 가질 수 있는

  서녘 산마루 몰래 노을 훔치듯 주워 온,


  어머니처럼 낡은 소파에 앉아서.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연이 인상 깊습니다.
웃겨서 죽을 번 했어요.ㅋㅋ
시가 유머스러운 것 참 좋아요.
보기에 멀쩡한 소파를 버리는 사람들
아파트 가구버리는 곳을 모면 그런 것들이 많아요.
실증나서 그러나? 아무튼 아껴써야 잘 산다는 것 옛말이 되어 버렸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오랜만 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이로군요.
똥보다 못한 삶,
똥보다 못한 시,
가 되지 않으려 부단히
반성하며 살려고 하는데,
여전히 어렵군요.
늘 잘 지내시길 빕니다.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동주의 자화상에 나오는 우물 속처럼
주워 온 시인님의 소파에도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요 근래 시마을에 올려 주시는,
시들을 마음 담아 읽고 있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 시들이라고,
늘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밝은 데로,
나아가시는 아름다운 시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늘 진심을 담은 말씀에
두 손을 모으게 됩니다.
평안하시길.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꾸밈 없이 솔직 담백하게 빚어내신 시인님의 시가
이래서 빛이 나나 봅니다.
모든 독자의 마음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묘사, 큰 박수를 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시를 자주 쓰진 못해도,
항상 제 생활과 함께 합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제겐,
그저 생활이 시의 밑천입니다.
시인님의 격려가 늘 힘이 됩니다.
잘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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