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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태권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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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9회 작성일 23-11-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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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태권브이 


 서생면 해안도로를 달리다 골프장 방면 샛길로 빠지면 지구방위를 수호하듯 로봇 태권브이 조각상이 파수꾼처럼 우뚝 서 있다 고철 조각으로 풀무질하듯 로봇을 제작한 사람은 우주 비행사였을까 조금 전 공중의 허리를 잘라낸 철새의 날갯짓이 5미터의 번쩍이는 어깨 위로 내려앉았을 때 로봇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인적 없는 공허의 시간 속을 걸어가는 길섶에 우주를 향해 전진기지를 건설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된바람에 거스러미처럼 날리는 흙먼지를 흠뻑 맞으며 오늘 아침에도 허공을 날며 눈물 훔치던 속상한 까마귀가 무엇이 못마땅한지 로봇의 눈알을 쿡쿡 쪼고 있다 수평선 너머 파도에 부딪쳐 등골이 빠진 바람 줄기도 절뚝거리다가 로봇의 어깨 위로 주저앉아 버렸다 벽면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 같은 하루가 우박처럼 정수리로 쏟아지는 날에도 미동도 떨림도 없이 오이먀콘의 시계탑처럼 여기 우뚝 서 있다 가끔 나처럼 속절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인사가 손짓을 하며 다녀갈 때마다 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위처럼 솟아 삐죽거리며 우주로 떠나가버린 애인 같은 시간을 더듬거리며 우두커니 바라보는 너의 눈시울이 오늘따라 마그마 보다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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