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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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행복
아내가 끓여다 주는 한 잔의 커피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두 잔의 커피를 양손에 들고 오는 아내의 건강이
여든이 넘은 두 늙은이가
마주 보고 앉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의
조용한 시간이
나는 너무 좋다.
아기 주먹보다 조금 큰 중국제 라디오에서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은
스틱커피의 냄새와 섞여
노년의 공간을 메우고
나는 짙은 커피의 향기를 아주 천천히 즐긴다.
그리고 왜 그토록
우리의 인생이 쓰고 달고 시었던 것인가를
담담하게 생각한다.
나는 어느 하루도 이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아내가 바쁜 아침을 보낼 때는
내가 두 잔의 커피를 타서 아내를 초청하고
아내는 거의 60년 전 내게
보여주었던 그 표정으로 다가오고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내가 주님께 기도하는 것은
어느 날 그때가 왔을 때도 지금처럼
커피 한 잔을 나누며
고요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나누게 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정동재님의 댓글

차 한잔에 많은 사연이 녹아드는 인생지사를 오늘 시인님의 글에서도 잔잔한 음악처럼 느끼는 아침입니다.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