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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윤 시인의 <항남 우짜>를 감상했던 그날을 생각하며
짜장이 먹고 싶을 때
혹은 내가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를 때
똥파리처럼 어느 만찬을 기웃거리는
사장님, 여기 짬뽕요,
햇살이 고춧가루처럼 검붉게 그을린 허무의 날
내 정수리에 얼큰하게 태양이 봉침이 되어 한방 쏘아주길
이쑤시개처럼 가느다란 빛줄기 하나 애인처럼 끌어안고 싶은 날
울 어메 뒤란에 흩어놓은 꼬질한 내 누이의 얼굴처럼
나의 하루는 말린 가자미처럼 인도양을 꾸역꾸역 헤엄쳐갔다
풀 한 포기 없는 텍사스의 거먼 숲이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약 연기처럼 백만 불짜리 수배자가 되어
사막의 세레우스처럼 목말라할 때
빛도 새벽이슬도 티사강을 주름잡는 긴꼬리하루살이의 방정일뿐
나는 오늘도 내 유년의 허기진 초저녁을 비상하며
호주머니 속 꽉 거머쥔 꼬깃한 지폐처럼 일면식도 없던
한 시인의 얼큰했던 그날의 등줄기에 한 방울의 식은땀이 되어
흘러내렸다
푹 눌러쓴 교모 속으로 잠적했던 어느 한 때의 까까머리가 되어
허기진 식탁 위 거무스름한 똥파리가 되어 천상의 입구를
윙윙,
기웃거리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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