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필 때 > 창작시의 향기

＊벚꽃 필 때

벚꽃나무도 목련나무도

꽃이 만발하니 우아하구나

이가지 저가지

솜이불처럼 햇살이 포근포근 감싼다

바람의 돛인 양 구름은 돌아오지 않을 걸 멀리 항해하네

무형파(無形派)의 앵글(angle) 속에

가나 나나 ㄱ, 자도 ㄴ, 자도

꺾이면 꺾인 대로 질감이 부드러워

생각하는 각도에 관점이 미끄러진다

포권척(布卷尺)으로 나무에 걸린 봄의 길이를 재랴

언덕의 선, 색, 리듬은 길 위의 아지랑이에 흔들린다

봄은 각질을 벗고 돋아난 풀들로 강렬한 입장이다

새 뿌리가 고정되니 뒤엉킨 매듭 위를 달리네

깊숙하고 먼 절간에 아무도 모르게

소원등(所願燈)을 달고 싶은 사월이라네 

＊포권척(布卷尺); 너비 2cm, 길이 50m가량의 천으로 만든 줄자.

둥근 가죽 갑 속에 넣어 풀었다 감았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