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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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자연시간. 별자리를 배운 나에게는 그 별자리는 큰 곰자리였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옆집누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밤하늘 별사이 사이를 이어가며 국자가 맞다고 했다
쪼그라든 가난에 국민학교를 못 다닌 누나는
돌아가신 엄마가 일러 줬다는 별자리에 관한 한 학교선생님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셈법이 들어가지 않고 보이는 대로 보았던 순수 그 자체
내가 보아도 우악스러운 곰은 없었고 일곱 별빛 국자가 푸른 별빛을 한 소끔씩 떠내고 있었으니까
몸에 북두칠성 점이 있으면 왕이 된다는 옆집누나가 귓속말로 알려준 말에
매일 팔뚝에 푸른 잉크로 일곱 별을 그려 넣었으나 며칠 안되어 지워지곤 하였다
큰 곰자리를 국자라고 일러 준 누나의 말은 참말이었으므로 팔뚝에 새겨 넣은 북두칠성이 지워지면
왕이 못된다는 옆집누나의 말을 되뇌이며 아쉽게도 왕이 되지 못한 나는
가을밤 별빛을 담아내고 있는 별 국자를 찾아 어린 날로 간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시인님,
요즘 바쁘신가 봅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시인님의 시를 감상할때면
저의 오독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왕자가 생각납니다.
오늘 밤, 시인님께서 주신
저 눈시린 별자국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봅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