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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죄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610회 작성일 23-08-19 05:43

본문

전생(前生)의 죄인

 

 

누가 강제로 가두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난 거의 하루를 집에서 보낸다.

자고 일어나면

데스크톱이 놓여있는 방과

TV가 있는 거실

끼니때 식탁에 앉는 것 말고는

화장실만 들락거리며 죄인처럼 하루를 보낸다.

내가 죄인이 아닌 것은

가끔 내 발로 걸어 나가

다이소에 가서 물건을 사고

동네 공원을 걷는 것으로 증명이 되지만

어느 날 문득

아수라(阿修羅) 같은 세상에 사는 내가

전생에 죄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고

고급 화장품도 발라가며 돌본 육신이

흉악범의 전자발찌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발찌는 그냥 차고 있으면 되지만

늙어가는 육신은 건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승에서 지은 죄도 만만치 않아

가중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행간과 행간 사이에 비친 투영들
그 아린 거울 속에 저의 온몸을 담궈봅니다.

시를 감상하며,
오늘 아침이 왜 이리도 먹먹한지요.

건강하시고요.
시인님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뜬구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콩트님, 늘 그렇지만 제 拙詩를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을 기원해주심에 대하여 더욱 감사드리며 콩트님의 건강을 저 역시 기원하겠습니다.

선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생의 죄인..

노후의 건조하고 황량한 일상을 통해
그려지는 정신의 자화상이
공감으로 다가서네요

(저 역시 72년 동안 살아오며
쓰잘데기 없는 業만 잔뜩 쌓아왔기에)

제공되는 일련의 이미지들과 그 사이의
연상적 침투 및 결합을 통해
시를 구성하는 기법이
눈에 뜨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뜬구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돌님, 감사합니다. 고희를 지나셨다니 한낮 외출 삼가시고 너무 찬 물 마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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