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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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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23-08-13 03:37

본문

점심 약속

 

 

시간을 죽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날들

적막 속에 있으면

계절은 한여름인데

몸 안에서는 낙엽 지는 소리가 들린다.

벽에 걸린 3천 원짜리 중국 시계

멍청한 초침은 같은 궤적을 흔적도 없이 돈다.

오늘은 시간 죽이는 것을

착한 선배 두 분이 도와준단다.

일찍 교회 마치고 판교로 나오란다.

그곳에서 갈비탕 먹고 함께 죽이잔다.

착한 아내는 내가 마치

전쟁터 나가는 장수라도 된 것처럼 배웅할 것이다.

여든의 벽을 넘은 담쟁이덩굴 같은 선배들

카페 종업원 눈총쯤이야.

내가 할 일은 가능한 많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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