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나는 고해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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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나는 고해소로 간다
살면서
두 다리는 아직 멀쩡한데
숨을 게워내는 오르막길을 지나
무릎의 연골이 생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향해 주저앉을 때면
나도
너도 모른 채
가슴 위로 성호를 긋는다
늦은 밤
도둑놈조차 지쳐 잠이 든 밤길
나는 이방인처럼 깨어
골목길
예배당 그 붉은 십자가의 길
홀로 걷는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내 누이의 배냇저고리처럼 오래된 슬픔들이
외등 불빛 따라 한 올 한 올 풀릴 때면
나는 어둠이 침몰한 골목길을 걸으며
불어 터진 때처럼 거무스레한 그날의 꿈속으로
그만 수몰되고 말았지
골목길
신기루처럼 붉은
예배당 네온의 십자가처럼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올려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시인님!
언어의 창조력이 발군이신 콩트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무더운 여름날의 오후를 견디어 보렵니다.
요즘은 글 쓰기가 만만치 않아 장기간 결석이 잦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