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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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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23-08-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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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달빛이 얼마나 네게 가까운 지 아니? 어젯밤 잠 자다가 달빛이 하도 밝아서 잠을 깼지. 그런데, 창밖이 너무 청록빛인 거야. 사람들이 시끄럽게 오가던 거리도 개울물 졸졸 흘러가던 돌다리도 낮은 시멘트 담장들이 조금씩 틈을 내주며 만든 거리도 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있는 듯 보였지. 무겁고도 신비한 청록빛 아래 깊이 가라앉아 있었던 거야. 아무도 없었지. 그리고 마을의 정수리 바로 위에 조용히 달이 떠 있었어. 달은 움직이는 듯 정지해 있는 듯 밤하늘의 한 켠을 광채로 채우고 있었지. 물소리가 얼마나 신비로운 지 아니? 오직 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만 들려올 뿐이었어. 그 물소리는 저 아래 개울가로부터 들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투명한 달 속으로부터 은근히 울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 나는 어젯밤 그 개울가에서 희미하게 번지듯 빛의 궤적을 그리며 부유하던 반딧불들을 쫓던 것을 기억해냈어. 반딧불이 내는 빛은 오래 가지 않아. 어둠 속에서 눈에 반짝 띄는가 하면 곧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가지. 어릴 적 아버지께서 모래밭에 가 터뜨리시던 불꽃놀이 폭죽처럼. 그런데 폭죽이 하늘로 올라가 터지는 대신, 아버지 손안에서 슈욱!하고 작은 불길을 내뿜다가 곧 꺼지는 일도 있었어. 그럴 때면 아버지 손안에는 화상이라고 부르기에도 뭣한 검은 자욱이 생겼지. 나는 지금도 화약의 심지를 강렬하게 할퀴며 타 들어가는 불길을 무서워 해. 내 곁에서 불꽃놀이 폭죽이 쏘아올려지기만 기다리던 정아는 울음을 터뜨렸어. 그 아이는 곧 달빛을 쫓아 검게 일렁이는 밤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 그 아이는 웬지 청록빛으로 부풀어 오른 풍선이거나 혹은 멎는 법 모르고 한껏 펄럭이던 깃발같아 보이기도 했어. 숲의 가장자리는 녹슨 철조망이 있었지. 아버지는 쉬지 않고 폭죽을 터뜨리셨지. 그러면 정아는 움직일 리 없는 입술 틈으로 바람소리 닮은 말을 했어. "달빛아, 내게로 와라." 나는 생각했지. 달빛은 저 철조망 위에도 머물고, 지하 깊숙이 네가 누워 있는 후박나무 뿌리들 사이에도 스며들고 네 귀를 막고 있는 정적 안에도 궤적을 남기는 걸. 내가 달빛이야. 그리고 내가 널 찾아갈 거야. 어린 나는 그때 아버지께서 흐느끼시는 것을 듣지 못했지. 어젯밤 마을 위에서 화려하게 터지던 불꽃들. 퍼런 화약연기만이 어둠 속에 나른하게 퍼져 나가던 그 궤적이 내 방 안으로까지 흘러 들어왔지. 그리고 달빛은 이렇게 말했어. "내게로 와라. 저 밤하늘 허공 위에 난 검은 길이 천 리라고 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난 생각했어. 저렇게 두꺼운 문이 닫혀 있는 걸? 얇은 창살 위에 붙인 창호지는 거의 투명하고 가는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지. 저 문은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아. 그리고 너의 뼈들은 저 심해 아래 가라앉아 있어. 천 년의 잠도 널 깨울 수 없는 거니? 너의 뼈들은 달빛이 투과하는 종이의 여백을 꼭 껴안고 있었어. 너의 집은 투명한 유리창을 닮았어. 그때 마을은 청록빛 심해 속에 깊이 가라앉아 고요히 잠든 것 같아 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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