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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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前生)의 죄인
누가 강제로 가두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난 거의 하루를 집에서 보낸다.
자고 일어나면
데스크톱이 놓여있는 방과
TV가 있는 거실
끼니때 식탁에 앉는 것 말고는
화장실만 들락거리며 죄인처럼 하루를 보낸다.
내가 죄인이 아닌 것은
가끔 내 발로 걸어 나가
다이소에 가서 물건을 사고
동네 공원을 걷는 것으로 증명이 되지만
어느 날 문득
아수라(阿修羅) 같은 세상에 사는 내가
전생에 죄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고
고급 화장품도 발라가며 돌본 육신이
흉악범의 전자발찌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발찌는 그냥 차고 있으면 되지만
늙어가는 육신은 건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승에서 지은 죄도 만만치 않아
가중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행간과 행간 사이에 비친 투영들
그 아린 거울 속에 저의 온몸을 담궈봅니다.
시를 감상하며,
오늘 아침이 왜 이리도 먹먹한지요.
건강하시고요.
시인님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뜬구름님의 댓글

콩트님, 늘 그렇지만 제 拙詩를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을 기원해주심에 대하여 더욱 감사드리며 콩트님의 건강을 저 역시 기원하겠습니다.
선돌님의 댓글

전생의 죄인..
노후의 건조하고 황량한 일상을 통해
그려지는 정신의 자화상이
공감으로 다가서네요
(저 역시 72년 동안 살아오며
쓰잘데기 없는 業만 잔뜩 쌓아왔기에)
제공되는 일련의 이미지들과 그 사이의
연상적 침투 및 결합을 통해
시를 구성하는 기법이
눈에 뜨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뜬구름님의 댓글

선돌님, 감사합니다. 고희를 지나셨다니 한낮 외출 삼가시고 너무 찬 물 마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늘 듣기를..
그 한심한 낫새에 (찬물)냉수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말을 듣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