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殉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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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殉愛
- 콩트처럼 구성해본 詩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나갔던 할머니가 돌아와 거실에 앉아있는 할아버진 본 체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는다.
“어디 아픈가?”
걱정된 할아버지가 뒤따라 들어가 묻는다.
아무 대답도 없이 돌아눕는 할머니-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할머니가 다시 돌아누우며 하시는 말-
“남들은 남편이 다 죽었는데 나만 이게 뭐야, 일찍 들어와서 밥을 차려줘야 하니”
할아버지는 쓸쓸히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TV를 켠다.
할아버지는 안다.
자기가 죽으면 할머니가 혼자 울 것을,
외로워서
할아버지에게 퍼부은 말들이 생각나서
혼자 울 것임을-
먼저 죽을 수 없는 할아버지
우두커니 앉아 TV를 본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출근길,
창밖으로 윤슬이 할아버지의 殉愛譜처럼 반짝거립니다.
속절없는 대양의 사연들을 삼킨 저 시퍼런 비늘들.........
시,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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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碑銘)
황인숙
그 여자를 반듯하게
편히 뉘어도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 가슴 위에 공책 한 권.
그리고 오른손에 펜을 쥐어
포개어 놓으라.
비바람이 뚫고 햇살이 비워낸
두개골 속을
맑은 벼락이 울릴 때,
그녀 오른팔 뼈다귀는
늑골 위를 더듬으리.
행복하게 삐거덕거리며.
뜬구름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댓글도- 올가을이 지금까지의 어느 가을보다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