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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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잘 익은 수박처럼 여섯 살짜리 숯검댕이 어깨에
더위를 먹어 축 늘어진 난닝구 어깨끈이 하얀 줄을 두 개나 그려 놓았다
아이얼굴에 마른버짐이 더위를 먹고 열꽃이 붉게 피어올랐지만 꽃이 되지는 못하였다
고무신 반쯤 잠긴 물에는 냇가에서 건져 올린 피라미 몇 마리가 등지느러미를 뒤집고 연한 뱃살을 보였다
배를 보이며 뒤집힌 물고기를 먹으면 똑같이 배를 보이며 더위를 탄다고 이웃집 아제가 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천렵에 매운탕을 좋아했던 아제도 땀으로 흠뻑 젖은 난닝구를 배위로 말아 올려
배꼽 주변을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히곤 하였다
배를 보인다는 것은 무더운 여름이 익어가는 것
잎사귀 사이 주먹만 한 배가 불볕더위에 단단하게 당도를 높이고 있었고 얼마 전 새끼를 낳은 어미개는
젖몸살로 뜨거워진 배를 바닥에 뉘어 폭염을 삭히고 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배를 보인다는 것은 무더운 여름이 익어 가는 것>
노래하신 아름다운 절창을 헤매다 보니 땟물 줄줄 흘리던 제 유년의 시간들이 몰캉몰캉 거립니다.
피아노 소나타의 아름다운 선율 같은 시어들을 감상하며 제가 잠시나마 별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툇마루처럼 편안하고 시원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날이 더워지며 스트레스 빵빵입니다
에어컨 없던 시절에는 어덯게 살았는지요 ㅋㅋㅋ
어릴때 처럼 냇가에 발을 담그고 싶어도 그렇게 깨끗한 물을 보려면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야 할것입니다
졸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시인님!
더위에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단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