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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마다 어두운 방들이 생겨나네
볕이 들지 않은 어제는
방과 방을 엮어놓은 길고 긴 동굴이네
키가 자란 어둠
다시 생긴 방들
깊어진 냉골 방안에는
장판지가 떨어져 나간 아랫목이 있고
괄태충처럼 무른 나와 당신은
한 쌍의 무릎뼈로 나란히 누워 있네
허물을 벗은 뼈가 뼈를 마주 보며
우리는 참으로 따뜻한 뼈였구나
말을 거네
어둠은 이불 속처럼 은밀했네
날마다 상처 아닌 벽이 없네
벽지를 냉기처럼 잘라먹어
밖이 방안에 들어와 있네
뜨락이 바깥처럼 젖어 있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버려진 한쌍의 정강이처럼 흐르고 있네
둘러보면
허물 아닌 순간이 없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시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시를 감상하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부끄러운 아침
저의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마그마들,
머물다 갑니다.
건강하시고요 시인님.
다섯별님의 댓글

"둘러보면
허물 아닌 순간이 없네"
마지막 피날레가 정점을 꽉 찍습니다 달팽이시인님!
달팽이 시인님의 시를 감상하면서 매번 느끼는것이지만
표현력이 출중하시어 많이 배우고 갑니다
좋은 시 많이 올려주시고 더운날 건강에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