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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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에서 종일 내리는 비에
온몸이 젖어 있었습니다
솟을대문에 기대어 대처로 일 떠나신 아버지를
묵묵히 기다리시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사춘기 흔들리던 투정을 아무 말 없이 감싸안던 누이의 품은 분홍빛이었습니다
화려한 양장이 안 어울리던 누이처럼
꽃이라 부르면 안 어울리는 꽃이었습니다
온몸의 색상을 총총 발현하여
누이에 손톱에 연분홍빛 꿈을
여든 넘으신 할머니에게는 새 각시 손톱에 꽃잎 곱게 곱게 동여 매 주시던
먼 길 떠나신 할아버지의 투박했던 손길을
온몸을 바쳐 붉게 각인하였습니다
꽃이라 부르기에는 그리움 남아
결코 꽃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영원한 우리들의 고향
아련하게 비치는 봉선화 꽃잎 같은 제 유년의 살빛
그 아린 별빛 속에 머물다 갑니다.
요즘 세상이 습하다 못해 뼈를 발라낸 살점처럼
허물허물 이리저리 삐거덕거립니다.
건강하시고요 ^^
다섯별님의 댓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시인님 담장옆 심어놓은 봉선화가
강한 빗속에 널부러졌습니다 ㅠ ㅠ 비가 너무 오는군요
콩트시인님께서도 습한 날씨에 건강 챙기시고 주말 잼있게 보내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