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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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새
얕은 물도 우아하게 걷기로는 긴 다리 백로
얕은 물도 우아하게 걷기로는 긴 다리 황새
얕은 물도 우아하게 걷기로는 긴 다리 두루미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를 부리로 콕 찍어
얕은 물에 사는 개구리를 부리로 콕 찍어
날개를 펼치면 영화 속 슬라이더(slider)처럼
이십층 삼십층 고층 아파트 위로 날아간다
삶을 즐기려니
다정히 짝 지은 새도 있고
쓸쓸히 혼자인 새도 있다
긴 다리 몇 보 걸음이면 하루가 족하고
긴 날개 몇 번 노 저어가면 이산도 저산도 구름도 가깝다
도시 주변의 소나무 숲을 둥지 삼아, 밤에는 한데 촌락을 이루어
빛나는 별을 연인과 벗들과 부리로 콕, 콕, 찍어내린다
너에겐 흰 눈 내리면 더욱 하얀 추억의 도시
사철 언제나 거리의 겁 없는 역주행, 급발진(急發進)을 내려다보는 저 여유
팔다리 모두 길고 눈만 땅콩만한 새야, 너는 몇 살 까지 사니?
내가 비단옷 걸치고 금이빨로 백 년을 더 산다 해도
너보다 행복하다, 우아하다, 멋지다, 자랑할 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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