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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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의 시간
불에 덴 듯 살점이 쓸려 발바닥에 물집이 맺혔다
한 번 잡힌 물집은 덧나기 일쑤였고
헤르페스처럼 걷잡을 수 없이 삽시간에 부풀어 올랐다
시작은 콩알만 하게
통증을 호소하더니 도중에 십 원짜리로 변이 되었다가 결국
묵혀둔 자리에 쇠백로 한 마리가 둥지를 틀었다
상처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고*
선친의 약방문이 잔별처럼 가물거린다
바늘귀에 꿴 명주실을 잉크에 담갔다
날 선 바늘 끝이 쏜살같이 상처를 관통하자
염색된 파란 실오라기가 똬리를 틀며 화톳불처럼 달아오른 검붉은 살점을
드라이플라워처럼 냉각시킨다
통증은 어느새 극지의 백야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어둠이 백색왜성처럼 기화된 도시의 밤
터진 물집 사이로 축 늘어진 마취된 살점이 저승인지 이승인지
가늠할 수 없는 좀비의 시간 속을 시계추처럼 거닐었다
불 꺼진 방안으로 물집이 비구름처럼 축축하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벽지를 타고 진물처럼 흘러내리는 파벽토를 바라보며
마취제처럼 액화된 어둠을 흡입하고 있었다
가물거리는 기억의 조각들이 삭혀둔 오래된 기억들을 소환하고
빗소리가 어둠이 층층이 쌓인 빗발 속으로 아장아장 걸어간다
정호승 시인의 강연 중 말씀을 차용함*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아득한 기억속의 치료방법을 본듯하기는 한데...
가물가물합니다 잉크를쓰던 시대에
불금의 아침 입니다 콩트 시인님!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세요.
금요일 인데 통증은 술로 다스리심이 어떻신지.. ㅋ 농 입이니다
콩트님의 댓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입니다.
감염에 취약하므로 절대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ㅎ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시인님께서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