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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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
한낮의 태양도 거미가 기어 나오면 서쪽 하늘 밟으며 산그림자 손잡고 마을로 내려온다 주섬주섬 책상정리를 끝내고 황사가 치석처럼 쌓인 창문을 닫는다 재채기가 연달아 산탄총을 발사하고 내 폐부에 묵은 때처럼 쌓인 잊고 살았던 지독한 하루살이가 그제야 기관지를 확장시킨다 천식 같은 저물녘, 나는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그녀의 문장을 열었다 사체의 복부를 가르고 사인을 규명하는 메스 같은 문장들이 책장마다 날카롭게 박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가락이 하나, 둘, 잘려 나간다 오늘도 저승을 살다 간 그녀의 시집에 홀연히 나의 지문을 화석처럼 남긴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좋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빈 사무실에 홀로앉아 그녀의 문장을 열었다 에 한표 던집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니 정원에 할일이 태산입니다
잡초들은 왜 그리 잘 자라던지요 ㅎㅎ
콩트님의 댓글

건강은 여여하신지요?
항상 시인님의 글을 감상하며
제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많은 것을 배웁니다.
자주 시인님의 시를
이곳에서 자주 뵙길 고대합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