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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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온 옆 집과 계면쩍은 인사를 나누었어
내 집 마당 먹음직스럽게 익은 보리수 한 바가지를 얻어가는 대신 나에게 건 낸 한 권의 책
참 아름다운 성공이라는 자서전
공고를 졸업한 흙수저 공돌이로 시작해 작금에 오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까발려 남에게 당당하게 내 보일 수 있는 삶
가난도 아픈 둘째 손가락 아들도 갈신들린 굶주림조차
그의 책 속에는 한 점 부끄럼이 없었던게지
무엇인가 삶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무한 한 책임이 따르는 일
나는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어
현실과 타협하고 퇴화 된 꼬랑지까지 만들어
권력 앞에 개 꼬리 흔들듯 살랑거렸고
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으므로
대쪽 같은 삶을 살다가신 어머니 뵙기가 부끄러워졌지
어머니를 빼다 박았다던 젊은 날의 성품
뇌물로 갖고 온 돈 봉투를 바닥에 패대기치던 결기는 야자버리고
비굴하게 현실 앞에 무릎 꿇던 날
나는 오래전에 이미 죽어 있었어. 이미 오래전에
댓글목록
달팽이님의 댓글

누군들 옷을 벗으면 제 안에 부끄러워 감추고 싶은 상처하나 없을까요?
용기있는 그 떳떳한 마음이 세상을 맑게 정화시키는 법입니다.
자화상 같은 시 한 편 잘 읽고 갑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졸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오며
항상 좋은 시로 뵙기를 감히 청하옵니다
안산님의 댓글

자신을 뒤집어 한 점 부그러움 없는 그 당당함은 아마 성공이라는
열매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당함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을까요.
살면서 거절처럼 어려운 게 없다는 점 많이 느꼈습니다.
다작이면서도 정연한 구성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닷별시인님 건필하세요.
다섯별님의 댓글

아이고! 안산 시인님 써놓고도 부끄러운 글입니다
읽어 주신것만 해도 감사드립니다.
옆집에서 자서전을 한권 주는데 다 읽고나서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