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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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그저 바라보기도 벅차다
조수석 차창에 팔꿈치를 내밀고 바람을 맞는다
오래된 책은 지나가는 것을 담아내려 한다
바빠지는 눈빛에 간판들이 낡아있다
쓰러져가는 집과 기와들의 대문 앞에 와있다
책을 펼치고 고풍스러운 집 한채에 머물지만
결국 또래의 이야기를 집어 든다
쓰러져 동냥이라도 하듯 구부러져 있다
우산 손잡이를 들고 봄 비가 쏟아지는 걸 느낀다
한참을 비를 맞이하고 나면 게운한 비누향이 난다
게인 하늘을 바라보는 건 건조한 텃밭에 물을 주듯
작은 텃밭이라도 열마지기 밭처럼 이것저것 들어간다
시가 바다 한 가운데 둥둥 떠다닌다
이해 불가의 해괴한 어뢰처럼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
터지는 순간 집채 만한 배를 침몰시킨다
이해하는 순간의 실마리는 단지 한 단어에 불과하다
낡은 것을 담아내는 게 시가 아니라는 걸
매우 오랜 시간 시를 쓴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낡은 것은 마음속에 갈고리를 걸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슨 의미 인지를 알기 위해 해석해야만 했다
해석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시작이 아니다
문제를 출제하는 작품 또한 큰 해풍을 맞을 것이다
익숙한 것에 멀어지려니 카멜레온 눈처럼 툭 튀어나온다
댓글목록
정동재님의 댓글

일체유심조라는 말씀이 불현듯 스치네요 머물다 가옵니다요.
10년노예님의 댓글

정동재 시인님 오셨네요
큰 나무가 되어야 하는데
작은바람에도 보리처럼 휘청거립니다
일체유심조라는말 진실에 가깝다면
하나로 완성된 인생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단어인듯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