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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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노란 승합차가 길 가장자리에 멈추자 샛노란 웃음 띤 아이들, 샛별처럼 초롱초롱하게 쏟아져 내렸다 간간이 뾰로통한 얼굴엔 노란 물감 칠한 노랑나비들, 흰 철쭉 핀 길섶으로 재재바르게 나풀거린다 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메시나 해협을 건너온 사이렌의 나팔소리 울려 퍼지고 경직된 신경 세포가 체세포 분열하듯 외상센터엔 코드 블루가 소나기처럼 억세게 퍼붓는다 나는 비에 젖은 이방인, 이 비가 멈추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들고 별을 향해 던져버렸다 서쪽 하늘도 절뚝거리며 나에게 다가와 아프다고, 아파 죽겠다고, 눈물 흘리다가 외마디 비명도 없이 박리된 저물녘으로 절명해 버렸다 어스름을 삼킨 주린 길 걸으며 흰 철쭉 핀 길섶에서 날아온 까마귀같이 젖은 날개 툴툴 털며 노랑나비 한 마리 어둠 끝 소실점으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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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별님의 댓글

코드블루 지겹게도 들었습니다 실질적 당사자이기도 하였구요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 시인님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주말의 창을 열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