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당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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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넘었다는 우리 동네 바보는 십년 째 같은 장난만 되풀이 한다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고 보여줄 듯 말듯 들썩이는데 아무것도 없다
거대한 밤송이처럼 눈을 찔러대는 태양 뿐이다.
빌어먹을,
늦은 밤에도 그 바보는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는데
손바닥 사이로 다 보이는 것은 별들 뿐이다
다이아반지나, 지폐 꽃다발이나 보여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장난인데
오십이 넘었다는 우리 동네 바보는 그러면서 손바닥이 달달 떨린다
빌어먹을
그 동네 바보, 가을이 깊어지는데
온통 주홍빛 물집이 더덕더덕 잡혔길래 물었더니
해를 따주려고 그랬단다
그 동네 바보, 겨울이 깊어지는데
뼈만 남은 손에 별이 총총
수십 광년 너머 손을 뻗었더니 뼈만 남았단다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얼가리 배추값 너무 비싸서
물김치 담겠어요
아프로 N
너덜길님의 댓글

오랜만에 내어놓으신 시 ,
즐거웁게 읽었습니다.
기실, 바보와 시인은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아무도 생각지 않는,
가리키지 않는 별과 해를 향해
손과 마음을 뻗어가며 사니 말이죠.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 또한 삶이니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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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님! 비가 많이 옵니다. 또 오랫만에 인사 할 수 있어서 그저 좋습니다.
시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습니까?
반평생 데리고 산 마누라가 이쁘면 어떻고, 못나면 어떻습니까?
남 보기엔 꿔다논 보릿자루 같고, 할로윈 데이 호박에 구멍 뚫어 놓은 것 같아도
나한테 잘하고 나 좋으면 되지,
아직도 이 마을에 잔칫날마다 시비거는 일가친척이 있는것이 어쩌면
정겹네요. 다들 잘 계시지요?
삼생이님의 댓글

감나무를 벗 댄 님의 감정을 보는 듯 합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저도 감나무를 좋아합니다
바보, 라는 표현! 느낌이 오는데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읍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고나님!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똑똑해지기는 쉬운데
바보로 살기 진짜 힘들어요. 바보 비전향수들이 시를 많이 쓰고 있더라구요.
올 여름도 잘 보내세요. 더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