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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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어느 날
나는
바깥의 소리를 모르게 되어 버린
내 고막 속 닫힌 공간에서
방황하다가 호박(琥珀)빛깔 손톱이 줄줄
손끝으로부터 흘러내리기도 하는
지푸라기들 속에서 부스럭거리듯 광활한
허공을 쫓아 바람소리 사이를 달려갔다.
철조망 가시가 차가운 내 폐렴은
잿빛 몸체를 갖고 있으며
자잘한 털 위에 기분 나쁜 빛이 맨지르르 흘러가고
호흡을 닮은 그
표정을 지을 때마다 몸체가 들썩거린다.
쾌락이 빠져 나가버린
저 차갑고 무거운 벽돌들.
더러운 물이 발가락들 사이에 스며들어
피가 배어오르는 절규 속에 내 송곳니 하나가 빠져 버렸다.
그리하여 내가 노려보는 익사체는
분명 황홀 속 사후경직으로 저 어둔 창 바깥을 유영하고 있을 터인데,
구더기들 가득 올라앉은 녹각(鹿角)은 아직도
반쯤 뜬 눈을 감지 못하고 그 으스름이 향기로울 터인데,
하나 하나
뜨거워지는 혈관을 타고 흘러내린 세상에서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가장 낮은 곳에 고이는
가장 더러운 음향이
내 공허를 슬며시 채우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오랜만에
시인님 시를 감상하게 되어
반갑고 기분이 Up 됩니다.
한 편의 동영상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항상 건강관리 잘 하시고
자주 좀 오세요~~ㅎ
주말 잘 보내시고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