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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찬사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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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1-12-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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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라 언덕엔 일출에 물들인 황금빛 잔디가 끝없이 펼쳤다

비탈길 따라 나타난 내 생애 첫 자전거로 먼저 알아본 아홉 살 적 내가 언덕 위에 와 있었고

그다음 도착한 열여섯 살 적 내가 등판만 한 책가방 멘 채 나란히 서 있다

신입 사원 티 풍기는 뻣뻣한 정장 차림을 한 스무 살 갓 넘긴 내가

목에 졸린 자국 만든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고 언덕에 오른다

이어 서른 즈음에 내가 약간 헉헉대며 따라오고 더 뒤엔 부쩍 주름살 는 내가 있으며

멀리로 조금씩 구부정해지는 실루엣은 느리게 걷는 법을 익힌 거처럼 보였다

아홉 살 적 내가 뙤약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얼굴에서 흰 이를 드러내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울긋불긋한 여드름 많은 형의 손을 꼭 잡고

풋내기 직장인도 사춘기 남학생의 손을 슬며시 감싸 쥔다

서류로 꽉 찬 핸드백 내려둔 한 손은 기다렸다가 띠동갑 아저씨에 내민다

시간의 물결에 변화하는 세상 속 내가 예전의 나와 남이 된 듯 느껴져도 변치 않은 건

다사다난한 삶을 개근했다는 스스로가 기특한 마음가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는 날만 있게 해 주고픈 어린 내 모습

무거운 책가방을 멘 어깨 토닥여주고픈 내 모습

낯선 업무에 시달려 허구한 날 자책하기 일쑤였지만

옷매무새 가다듬어주면서 처음부터 잘할 순 없으리라 위로해주고픈 내 모습

지난 시절 서툰 내게 덕분에 인생을 배웠다고 훗날의 난 성숙한 사랑을 담아 감사한다

살아와 준 것 뿐으로도 찬사받을 거라 약속한다

눈썹 흰 노옹까지 합류하는 언덕 위에서 손에 손을 잡고

같은 꿈꾸는 시선을 옮겨 일몰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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