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창작시의 향기

이름 

재활용 수거하는 날

버려진 냉장고 앞을 지나가는데

냉동실 문이 저절로 열린다

자석을 감싼 고무패킹이 헐거워져

문을 닫는 동시에

뿌리치듯 문이 열리는 걸 보며

오랜 시간 꼭 붙어 다니다

어떤 이유로

아주 멀어진 그 사람이 떠오른다

바닥에는 냉랭함을 잃은

까칠한 성애 덩어리가 녹아

맑은 샘물로 고여 있고

삐걱거리는 냉장고 문에는

예전 모습 그대로 붙어 있는 샛별이

그 사람 이름처럼 영롱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