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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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창고 지붕에 얹힌 은빛 환기구
햇살과 충돌한 날개에 날이 섰다
수시로 변하는 바람의 보폭에 보조를 맞춰 회전하는 날개에서
사지프스의 노역 같은 반복적인 회전,
매듭 없는 바람의 유희가 오늘의 오브제로 부활되었다
어둠에 매몰되었던 바람이
갈증 난 구름을 새 떼처럼 몰며 묵음으로 경전을 읽는다
나이를 쓸어 담는 범종 같은 울림으로
세상 밖을 어루만지는 빈 손바닥의 피륙,
나를 향해 비어있다
고독한 벽의 자유를 위하여 서 있는 유리창에
바람이 집을 짓는다
영원을 잇는 유계의 음률 같은 바람의 허밍으로 허공에 굽이 낮은 길이 났다
바다에 이르러 제 이름을 지우는 강물처럼 유리창 틈새에서 싹튼 허밍이
크고 작은 내 죄목을 헹구었다
한 번 왔던 길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 바람은 여전히 빈손이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한 세상을 뒤흔들고 사라지는 권력처럼
바람은 창문에 무슨 거대한 성을 세우고자 밤새워 외쳤는지
한 번 왔던 길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 바람[권력]은 여전히 빈손이다 .
우리 현대사의 굴곡 깊은 정치사의 단면을 은유로 풀어내니
그냥 바람이겠니 지나 가겠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지금의 이 땅의 단면을 여지 없이 해부해 들어가
암의 덩어리를 들고 나온 의사의 손끝을 보게 만들게 합니다.
너무나 흔한 바람이지만
그 내면에서 마주치는 이 바람은 어느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이 땅의 현상을 관통하고 하고 있어 오싹해지는 이 전율!
비록 한 쪽을 썩어서 모든 것을 상하게 하지만
생명 그것은 무한 힘인 것을 봅니다.
비유가 너무 앞서갔다면 조금 뒤돌아 서서 더듬어 보면
역사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시대마다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없이 약해보이고 풀잎 같아도
거대한 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인님의 언제나 직관력이 뛰어나
마주할수록 놀라움의 자체입니다.
한 시대를 읽어낸다는것은 쉽지는 앞을 터
이걸을 읽어낸다는 것은 축북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선물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마지막 연 참 인상 깊습니다.
바람으로도 이런 근사한 시가 나오는 군요.
제목도 탐나는 시네요. 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탱크님의 댓글

표현이 정말 세련되고 단련되어 있네요. 시인님의 노고가 엿보입니다. 햇살에 충돌한~날이 섰다. 바람이 묵음으로,나이를 쓸어담는 범종같은 울림.바람이 집을 짓고. 바다에 이르러~죄목을 헹구었다란 구절이 마음에 와닫는군요. 좋은 시네요. 건필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시인님
긴 시간 할애하시며 너무 좋은 시평을 주셨는데
제 시가 시인님의 시평을 못 따라 가네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탱크시인님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시인님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건필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깊은 사유에 의해 건져 올린 시어,
시인의 기쁨은 그것에 있다고 생각 되네요
오래도록 흥근히 젖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