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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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뙤약볕
종일 허리 구부리시고
끼니때 거르시며
오직 밭만 매셨다
발자국 옮긴 자리마다
켜켜이 견딘인생
굳어 버린 등
외롭고 쓸쓸한 시절을 그렇게
스스로 밭과 함께하며 사셨다
땅거미 산마루 허한 눈길에
골만 깊어진 이랑
속이 다 삭도록
터전을 잃지 않으시려
제 몸엣것 다 내어주고
홀쭉하게 홀로 남아
하염없이 다리를 끄을며
애 터지게 희망하나로
견딘 할머니
울 손자 합격했다며
마냥 박꽃같이 환하게 웃으시던
그 해
흙더미 털어 낸 다 닳은 호미처럼
그렇게 돌아가셨다
허다한 일 다 한
늙은 노새처럼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호시절이 있듯 인생이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할머니를 떠올리면 쓸쓸하고 애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