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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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욕망을 열정으로 착각했던 가지
화려한 꽃으로 나열한 미사여구 자폐적 상징어 자신도 모르는 구절
미련 없이 지우며
농익은 열매로 새로이 채운다
세월 바닥에 쓴 내 발자국
누군가의 가슴에
채찍처럼 휘갈기던,
정작 발도 잊은,
수식어는 어떻게 삭제해야 하나
바람은 스치듯 읽어도 하늘은 숙독했을 미완성인 시
나이란 다만 행 바꾸어
새 문장 쓰는 것이다
선글라스 벗고 날마다 새 이슬 안경 껴
숙성된 어휘 찾지 못할 때
다툼을 멈추는 여백을 둔다
나는 이 땅 시인 후보생
우연히 입에서 나온 한 줄의 문구가
한 모금 물이 될 수 있다면
마침표로 찍게 될 무덤
내 이름 새겨진 비석은
최소한 댓글이다
2020-09-10 KJS
댓글목록
빛날그날님의 댓글

삶의 퇴고, 그 아름다운 작업을
하고 싶은 날입니다... 좋네요.
음...첫행도 잘 뽑은 듯 하고요.
시화분님의 댓글의 댓글

헤, 격려의 댓글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시인님의 필력 상당하신데, 써둔 작품들이 많을 것 같은데 공기를 한번 쐬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것 같은데요. 아무쪼록 좋은 날 되세요~~
날건달님의 댓글

제 인생도 퇴고해야 하는데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로 늘 미루고 있습니다만, 숙연해지는 시를 가슴에 담고 오늘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시화분님의 댓글의 댓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는 퇴고할 수 없지만
미래는 언제든 퇴고될 수 있겠지요 ^^ 좋은 하루 되세요
너덜길님의 댓글

퇴고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군요.
착상이 다한 시라고 생각됩니다.
참 좋습니다.
시화분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예전의 썼던 시들을 퇴고하다 보니,
매번 다른 모습으로 오더군요.
그러다, 삶도 이렇게 퇴고될 수 있다면라는 생각이 시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