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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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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06회 작성일 20-09-13 00:24

본문

人魚




연분홍 기모노를 입은 오카미는 하루 종일 

바다만 쳐다보았다. 


안으로부터 닦여진 유리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부시게 떨어진 벚꽃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자리를 맴돌았다.


바다에는 쌀알같은 빛의 파편들이 

떼지어 흘러다닐 뿐이었다.


나는 창문을 열았다. 


저 파도소리가 들리냐고 

테이블 위에 놓인 투명한 

유리종(琉璃鍾)에게 물었다.


그러나 고개를 가로저은 것은 

녹차를 들고 문앞을 살금살금 

지나가던 소녀 나카이였다.


갑자기 파도소리가 멎었다. 


갑자기 유리종(琉璃鍾)에 작은 금이 갔다. 


귀기울여보니 

조용한 복도에 여름 햇빛만 

나무바닥을 달구고 있을 뿐이었다.  


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갔었던 일본의 바다를 향하고 있는 료칸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다 조용한데 파도소리만 들려왔습니다.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요.
추억은 아주 오래 시간이 지난다음에야 숙성되는 것 같아요.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쌀알같은 빛의 파편들이 굴러다니는 정적
저도 살금살금 그 빛을 주워담아 봅니다
한지라를 맴도는 벚꽃처럼
이 자리를 나갈 수가 없어 오래
빙빙 돌아봅니다
바다 내음에 숨죽이며...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료칸에서 만났던 안주인. 기모노를 입고 굉장히 친절하면서도 쌀쌀했었습니다. 사뿐사뿐 총총걸음으로 나무바닥을 걸어다니던 하녀들.
하지만 그때 생각이,
저렇게 바다를 하루종일 보며 늙어갈 안주인을 생각하면서 웬지 외로울 것도 같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십수년 뒤 밤에 갑자기 찾아오네요. 벚꽃이며 바다며 다 그대로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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